부석사 경내의 서산마애불로 가는 입구.

길 한 가운데 바위가 우뚝 솟아

마치 마애부처님을 수호하는 호법신장님 같은 느낌 이다.

거대한 바위에 살폿 돋아나는 양각으로 모셔진 마애불

도비산 아래의 탁 트인 사바세계를 내려다보고 계신다.

우리는 마애불을 찾아뵙고 참배를 하고

마애부처님은 우리의 기도를 포함하고 저 아래의 중생들의 아픔까지 모두 굽어살피사

치유의 발원과 원력을 뿜어내시는 듯 하다.

마애불이 1000년 넘게 굽어보셨을 사바세계의 전경

각각 인연따라 아파하기도하고 또 치유하기도 하는

중중무진의 중생들이 호흡하고 있는 곳.

마애불이 등지고 있는 산 중턱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구한말 일본 불교로 부터 비구의 전통과 선의 전통을 굳건하게 지켜내신

만공스님이 수행하신 바위굴이 있다.

뜨거운 날씨에도 안에 들어서니 곧바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부석사에 경허스님과 만공스님의 수행 공덕이 오롯이 배어있는 기분이 들었다.

부석사도 첩첩산중의 사찰이건만..

참선 정진을 위해 거기에서 또 굴을 찾아 정진터로 삼으신 이유는 무엇일까.

만공굴을 내려와 극락전을 살짝 지나면

누운 소처럼 길게 이어서 지어진 누각이 있다.

그 누각 처마밑에 '목룡장' 현판이 걸려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만공스님의 필체라고 한다.

'용을 키워내는 방' 이라는 이름으로 봐서

이 전각에서도 수많은 수행승들께서 원력을 불살랐으리라 짐작 된다.

그 옆방 처마밑에는 '심검당' 이라는 현판이 뚜렷하다.

심검당...마음의 번뇌를 도려내는 날카로운 마음의 모검을 챙겨들고

화두를 통한 의단독로의 정진을 거듭했을 수좌들이 오버랩 된다.

누운 소와 같이 편안하게 앉은 전각의 가운데쯤에

난데없이 '부석사'라는 편액이 눈에 들어왔다.

경허스님이 칠 순에 쓰신 글씨라고 한다.

경허스님은 칠 척의 장신이라 하셨다.

남겨진 초상화를 보면 수염 또한 미려하시다.

한암 스님의 경허에 대한 평가가 떠오른다.

"세상에서는 스승님을 천하의 선지식 이라고도 하지만, 괴각승 이라고도 했다. 그만큼 경허스님은

무엇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분이셨다."

누가 뭐라해도 경허스님이 출현하지 않으셨다면...일 천년의 세월동안 이어지고 발전되어 왔던 간화선의 전통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심검당 뜰을 따라 좀 더 걸으면...

돌로 깍아놓은 큰 나뭇잎이 덮여져 있는 연못이 나온다.

그 연못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고즈넉히 떨어져서 앉은 전각이 있다.

긴 막대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표시가 되어있고...

목조로 달마스님의 상을 모셔 놓은 것으로 봐서

이 곳이 현재 부석사의 선방 이다.

지금은 산철이라 고요하게 비어있으나...

며칠 지나 하안거가 시작되면

눈푸른 수좌들이 방석에 앉아 백일 동안 화두일념의 정진으로

도량을 채울 것이다.

연화원의 답사 일행이 서산 부석사에 ...

추억과 흔적을 남기고 총총이 다음 행선지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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