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지체장애인들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마음대로 이동을 할 수 없기에 단절된 상황에서 외로운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낸다.

광림사에서 청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수화법회와 불교성지 순례법회가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알려지자 지체장애인 불자들이 불교계에도 장애인 포교단체가 생겼다며 너무도 반가워 하였다.

어느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스님,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중증 지체장애인인 저희들은 평생을 혼자 다닐 수 없습니다. 책이나 방송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부처님 도량을 참배하게 해 주십시오.”

그 전화를 받으며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광림사 신도 중에 개인택시를 하시는 거사님들이 있었다. 역시 봉사정신이 투철하신 분들인지라, 이분들이 도반들에게 연락해 20대의 택시를 확보하기 이르렀다.

달리는 법당이라는 의미로 단체 이름은 ‘법륜회’라고 하였다. 먼저 순례할 답사를 마치고 중증지체장애인 세상나들이를 진행했다.

택시 20여대가 만(卍)자 마크와 함께 중증지체장애인 세상나들이라는 플래카드를 차에 걸고 뒤에는 휠체어를 싣고 달리기 시작했다. 많은 분들이 도로에서 양보해주었으며 그 중 불자운전자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해주기도 했다.

드디어 사찰에 도착하였다. 처음 순례를 진행한 사찰마당에는 주차장에 쓰이는 자갈이 깔려 있었다. 이 돌이 문제였다.

지체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휠체어에 구멍이 나려 하였다. 장애인 불자들도 조심해달라며 안타까워했다.
어쩔 수 없이 자원봉사자들이 장애인 불자분들을 휠체어에 태워 통째로 들어 사찰의 계단을 올라갔다. 법당 앞에 도착하니 한 단계 과정이 더 남았다.

법당에 있는 보살님께서 휠체어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며 난감해했기 때문이다. 나무로 된 법당 바닥이 상하거나 혹은 무너질까 걱정되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지체장애인 불자들을 등에 업고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함께 합장하고 경전을 읽자 감격스러움에 눈물을 흘리는 장애인 불자들이 많았다.

특히 10여년 만에 사찰에 온다며 감사하는 그 모습에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환희심이 솟아났다.
법회를 보고 점심공양을 할때였다. 사찰 주지 스님이 맛있는 점심을 준비했는데도 지체장애인 불자들은 많이 먹지를 않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오랜만에 온 사찰에서 사찰음식을 많이 잡수시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

연유를 물어보니 “물과 음심을 많이 먹으면 화장실에 가야하기에 밖에 외출하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게 미안해서 많이 먹지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찰에서 계단이나 문턱은 비탈길이 있거나 봉사자가 옆에서 도와주어도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보는 것은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조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점심을 더 권하지도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만이 들었다. 전통사찰에 양변기가 설치되지 않았을 때는 지체장애인 불자 한 명이 대변을 보기 위해 4명이 돕곤 했다. 그 후로는 이동식 양변기도 구입해 필수적으로 갖고 다니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전국의 관광사찰은 물론이고 많은 사찰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확대된다면 장애인들은 불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지금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사찰을 참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찰 내에도 자원봉사자를 대기시켜서 지체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안내하며 그들의 신앙생활을 도와준다면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신심을 키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