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발원을 성취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하고 있다. 많은 발원 중에는 부처님의 아름다운 미소와 가족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있다. 또 스님들의 독경소리와 법문을 들으며 불교경전을 마음껏 소리 내어 읽고 싶어 하는 청각언어장애인들, 부처님의 숨결이 흐르는 산사에 혼자서 걸어가서 3배라도 해보고 싶어 하는 발원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체장애인 법우들이 있다. 불교경전에는 장애인이란 명칭은 없지만 〈약사경〉에는 ‘일시적인 병에 대해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은 병으로 병(病)의 상태가 감소되거나 치료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장애에 대한 정의를 하고 있다. 필자는 1993년 우연한 기회에 수화를 배울 수 있었다. 동국대와 강원을 졸업 한 후 조계사 원심회에서 수화를 배웠다. 처음 장애인들을 만났을 때는 안타까움만이 가득했다. 그들의 부족함을 내가 채워 주리라는 발원을 하였지만 나의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 스님이 수화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몹시 의아해 하며 설마 하던 청각장애인들이었지만 자신들의 언어를 배우려 한다는 것과 스님이라는 특별한 호기심이 합쳐져서 정말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그러면서 수화로 대화가 통할 무렵 불교에서는 장애인을 죄인 취급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스님, 사찰에 가면 우리 장애우들을 보면 좋지 않게 여깁니다. 어떤 이들은 전생에 업이 많아 이렇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불길하다며 피하기도 합니다.” “왜 불교에서는 장애인 포교를 하려고 합니까? 저희를 보는 이런 인식부터 없애야 하는거 아닙니까.” 이런 얘기를 들을 때 마다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만약 불교계에 장애인단체가 많아서 장애인 포교가 활성화됐다면 이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가 전생의 업(業)이라는 것도 불교를 잘못 해석해서 내린 오해라고 이들에게 설명했다. “불교에서는 요즘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장애인 자활운동을 부처님 당시부터 실시하였으며 선구적인 역할을 하신분이 부처님이세요.” 그도 그럴 것이 부처님 당시에는 바보로 불리던 주다반다카를 제자로 삼았으며 수행 중 실명한 아니룻다 존자를 십대제자로 삼았다. 부처님께서는 현재 지체 및 지적장애인들에게 한량없는 자비심으로 스스로의 장애를 자신의 수행으로 극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장애인 복지의 선구자였다. 장애인들이 “장애인 복지의 선구자가 바로 우리 부처님이시다”는 이야기를 하면 “정말이냐”며 반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흡족해 하곤 하였다. 장애인들은 누구보다도 신앙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육체적인 장애로 인하여 사찰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부처님께 예불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이중의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인근사찰에서 진행하는 새벽 예불에 참석하고 싶지만 비장애인 불자님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줄 것 같아서 새벽은 물론이고 아침시간에는 도저히 기도에 동참할 수 없다는 가슴 아픈 소리도 자주 들었다. 우리는 장애인 비장애인 관계없이 모두 부처님의 제자들이건만 아직도 장애인들이 법당도 마음대로 참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가진 평등사상을 견주어 볼 때 장애인도 부처님의 제자라는 것을 잊지 말고 언제 어디서고 그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몸과 마음의 작은 아픔을 지녔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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